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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02년 11월 18일 파리고등국립음악원 내에서 있었던 알프레드 브렌델의 강연 연주회는, 평생을 두고 축적된 브렌델 자신의 지적인 탐구와 베토벤 소나타에 대한 이해를 철학적이며, 시적인 경지에서 드러낸 대단히 매력적인 것이었다. 그는 강연 도중에 강연 내용과 관련된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를 연주했고, 간혹 유머러스한 모습도 보여주었다. 브렌델은 이번 강연에서 소나타 양식에 대한 재점검 및 베토벤의 소나타에 대한 심리적인 측면의 이해와 언어를 바탕으로 한 이해의 접근 및 총체적인 이해를 위한 전제조건 등에 초점을 맞추었다.
“매우 간단한 것을 작곡할 경우에라도, 학생들은 개개인의 개성적인 특성과 정신을 유지하기 위해서 애써야 한다. 한 편의 시, 한 편의 낭송, 한 편의 연극 혹은 한 편의 영화는 인간성의 표현을 통해서 사람들에게 충격과 감동을 줄 수 있다. 작곡의 초심자들이 작곡한 소품들 역시 이처럼 정말로 다양한 것이다.”음악에 있어서 개성이나 특성이라는 개념은 1795년 경에 생겨나기 시작했다. 칸트의 저술 <판단력 비판(1790년)>에서 그는 “음악보다는 미술이 더욱 가치가 있다”라고 선언했다. 왜냐하면 미술은 “순수한 감각으로 말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철학적인 사고에 의하면 음악은 미술의 자리 가운데 하나를 차지할 수가 없다. 크리스티안 고트프리트 쾨르너나 크리스티안 프리드리히 미카엘리스와 같은 작가들은 음악을 구출하고, 버려진 소나타를 뒷받침하기 위해 애를 썼다.
18세기의 독자들은 바로크 시대의 모음곡과 긴밀한 관련이 있는 형식이라고 받아들였다. 소나타는 형식에 더 많이 혹은 더 적게 속박되어 있는 대신에 ‘인간의 열정과 다양한 변화의 태도를 잡아낸 크로키에 비교할 만하다’는 설명으로 사람들에게 제시되었다. 교향곡이나 현악 사중주, 혹은 소나타에서의 미뉴엣 악장 역시 인간의 우아함이나 열정, 축제 등의 다양함을 묘사할 수 있다. ‘소나타 형식의 악장’은 그것이 인간의 전체적인 것이든, 개인적인 것이든 인간성을 끄집어낼 수 있다는 것이 분명하다. 결국 소나타는 단 하나의 악장만으로는 이루어질 수가 없다. 1800년 직전에 쓰여진 미학적인 저작물들에 따르면 당시의 시대에는 음악을 구성하는 것이 ‘심리적인 것’과 ‘도덕적인 것’임을 알 수 있다. 말하자면 음악의 성격은 이 두 개의 영역을 연결하는 데에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1975년에 쉴러의 비평지인 에 실렸던 ‘음악의 특성에 대한 제시로부터’라는 쾨르너의 글에서 이 두 가지 생각에 대한 논의는 남성적인 것과 여성적인 것 두 가지 주제로부터 더 멀리 나가지 못했다.
사람들은 여기서 안톤 펠릭스 신들러의 증언을 떠올릴 것이다. 그에 따르면 베토벤 자신이 음악에 있어서 여성적인 것과 남성적인 것의 ‘두가지 원칙’을 언급한 바 있다는 것이다. 쾨르너는 도덕적인 삶의 전제를 강조했고, 그리고 자유로움을 사용하는 다양한 방식, 그리고 마찬가지로 자유의지를 강조했다. 베토벤의 제자였던 칼 체르니는 작곡을 하는데 있어 “인간성과 독창적인 관점을 표현하는데 있어서 처음부터 끝까지 그 작품의 가장 세부적인 곳에까지 충실해야 할 것”을 강조했다.
쇤베르크도 이에 대해 절대적으로 동의했다. 그는 그가 작곡한 작품 전체에 대해 이것을 충실하게 지켰다. 그의 ‘현악 사중주 Op.7’는 작곡의 시작단계부터 초연에 이르기까지 심리적인 세밀함에 의지한 한 예이다. “반란, 도전, 열망, 도취, 우울, 절망, 탕진에 대한 두려움, 미지의 사랑에 대한 두려움, 탕진코자 하는 두려움, 위안, 그 혹은 그녀를 위한 안도” 등등의 리스트를 만들어 놓았던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단지 첫번째 악장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그의 피아노 협주곡은 쇤베르크가 살아있는 동안에는 출판되지 않았다.
한 라디오의 방송에서 쇤베르크는 그의 작품에 대해 얘기하면서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나는 내 작품의 정신적이며 내적인 계획을 말하고 싶지 않다. 나는 사실 그 모든 것을 숨기고 싶다는 것을 고백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그의 고백은 작곡가를 살아있게 하는 갈등의 감정을 드러나게 하며, 어떤 작품에 대한 구체적인 묘사에 의지하는 것보다도 설득력이 있다.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Op.81a ‘고별’에 대해 체르니가 다음과 같이 언급한 것 역시 같은 것이다. 체르니는 고별 소나타의 각각의 표제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순수한 음악으로만 평가했던 것이다. 그러나 베토벤은 이 소나타의 각각에 악장에 붙여진 표제, 그러니까 ‘이별’ ‘부재’ ‘귀환’이라는 세 개의 표제가 상기시키는 감정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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