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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있었던 쇼팽 콩쿨 이전에 이미 스트라빈스키 국제 콩쿨을 시작으로, 박하우어 콩쿨·남
미주리 국제 콩쿨·리스트 국제 피아노 콩쿨·차이나 인터내셔널 콩쿨 등에서 우승하며
대형 신예 피아니스트의 탄생을 예고한 그이다. 다만 이에 국내 음악계의 반응이 그동안 무덤덤했었기에, 지명도
면에서 윤디 리를 바로 알아보는 이는 그렇게 많지 않은 편이다.
“이번이 처음 한국 방문입니다. 한국 사람들은 클래식 음악을 무척 사랑한다고 들었어요. 또 무척 친절하고 열정을
가지고 있다고도 들었습니다. 맞나요?” (웃음)
17세에 피아노의 성전, 바르샤바 쇼팽 콩쿨 정복
솔직히 윤디 리에 관해서는 지난해 첫 데뷔 음반을 낸 소식 외엔 그의 근황이 자세히 알려진 바가 없다. 쇼팽
콩쿨 3관왕(15년 만의 우승·최연소 우승·심사위원 만장일치 우승)의 신예 피아니스트
윤디 리에 관한 가장 최근 정보라고는 고작해야 현재 독일 하노버 국립음대에서 수학하고 있다는 것 정도이다.
이 베일에 싸인 청년 피아니스트가 무슨 이유로 한동안 우리에게 잊혀진 존재였을까. 그와의 인터뷰를 시도하던
중, 공연 기획사에서 미리 한 말이 있다. “일정이 바빠서 성의있는 답변이 올지 모르겠어요.”
의례 그러려니 했지만 짧은 인터뷰 답변 중에 섞인 ‘really sorry for that!!!!’이라는 문구를
보며, 오죽하면 느낌표를 네 개씩이나 붙였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윤디 리는 현재 하노버
국립음대에서 공부하면서 연주 활동을 병행하고 있는 중이다. 인터뷰 내용 곳곳에서 밝혔지만, 그는 지금 오로지
학업에만 신경을 쓸 따름이라고 강조했다.
2월과 3월에는 아시아 투어 콘서트가 있으며
이 기간 중에 한국을 방문하게 된다. 그리고
4월에는 하노버로 돌아가 공부를 하고, 5월에는
유럽 투어 콘서트(5월 31일 ‘프라하의 봄’
페스티벌에도 참가한다), 6월 2일은 파리에서
그리고 7월 16일에는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와
협연, 9월 중에는 일본 NHK 필하모닉, 그리고
신시내티 오케스트라와의 공연이 예정되어
있다. 이 정도라면 인터뷰 내내 애교있는 ‘sorry’를
연발하며 한국 내 팬들에게 짧은 답변 밖에
해줄 수 없다며 용서(?)를 구한 마음씨에 너그러이
봐줄 수도 있겠다.
윤디 리는 그의 바쁜 일정 때문이기도 하지만,
‘많은 공부를 하기 위해서’ 그가 다니는
독일 하노버 국립음대 생활이 중심이 되어있기
때문에 언론이나 호들갑스런 평단에서 그를
접할 기회가 적었다. 윤디 리는 학업을 이유로
상당수 연주회 요청을 고사하고 있지만, 그의
가치를 알아본 각지의 러브콜을 모두 거부할
수는 없는 형편. 때문에 그 경우에는 그의
표현대로 “나중에 해도 될까요?”(can I reply
you later?)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공부와 연주, 이 두가지에서 제게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의 기대를 만족시켜야 한다는
게 부담이에요.”
이렇게까지 말한다면 적이 안쓰러운 생각마저
든다. 그는 틈이 날 때마다 수영과 탁구, 여러가지
음악을 듣는 것으로 휴식을 취하고 있단다.
이런 그가 ‘해외 유학의 경험이 전혀 없는’
중국 본토박이 출신이라는 것이 새로운 흥미를
자극한다.
중국 밖으로 나가보지 않은 ‘순수한 중국인’
윤디 리는 7살 되던 해, 피아노를 접한
이후로 중국 영토 밖으로 한번도 나가보지
않은 ‘순수한 중국인’이다. 물론 그 전에도
없다. 그는 13세 때에야 센젠예술학교에 입학하여
단 자오이 선생을 사사하며 본격적인 피아노
수업을 받은 것이 고작이다. 그러면서 같은
해 스트라빈스키 국제 콩쿨 우승을 시작으로
연이어 유명 콩쿨들을 석권한 것은 정말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여기서 우리는 마음 한구석에서 조용하게
거대한 어떤 존재가 엄습해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중국(中國). 우리에게는 사회주의의
장벽에 가려 서양음악의 불모지처럼 생각되던
것이 불과 십수 년 전 일이다. 그러나 이미
그들은 이 짧은 기간동안에 피아노 최고 권위의
바르샤바 국제 쇼팽 콩쿨에 도전, 우승자를
내기에 이르렀다. 참으로 경탄과 함께 두려움을
자아내게 하는 그들의 저력에 간담이 서늘해진다.
처음 윤디 리가 음악을 접한 것은 4살 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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