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품격과 온화한 인성을 가진 피아노의 철학자 머레이 페라이어. 그와 이미지도 흡사한
슈베르트 작품을 가지고 다시 애호가들을 찾아왔다. 슈베르트가 추구했던 이상적인 피아니즈을
극명히 드러낸 후기 3대 피아노 소나타가 바로 그것. 한음 한음 그의 또랑또랑한 음색을
따라가면 어느새 생각도 흐름을 멈추고 무아지경의 속으로 흘러 들어간다.
페라이어의
음악을 듣는다는 것은 어떤 것을 뜻하는 걸까. 사색적인 걸음걸이으 슈베르트 즉흥곡, 갈고
다듬은 그의 리리시즘이 분명히 나타난 쇼팽 피아노 소나타 제2번, 영롱한 터치에 느낌도
생생한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그의 침잠한 고뇌가 담뿍 담긴 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
‥‥.
어느것 하나 버릴 게 없는 의미있는 저마다의 작품에 문득 페라이어의 음악 성향도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직감하게 된다. 조금씩 조금씩 레퍼토리가 늘어간다는 의미를 말함은
아니다. 도리어 그만큼 레퍼토리 확장을 게을리하는(?) 탑 클래스급의 피아니스트가 또
있을까.
초기의 그의 음악은 슈만의 일련의 작품집에서 보듯, 활기 찬 분위기의 동적인 느낌이 강했다.
물론 다른 피아니스트들에 비한다면 그 정도가 약한 편이지만, 지금 전성기에 다다른 그의
연주에 이전 음반들을 비교해 볼 때 그러한 인상이 매우 두드러짐을 피할 수 없다. 엄정한
분위기의 절제미가 돋보이는 쇼팽의 발라드 곡집과 지난해 발매된 쇼팽의 연습곡집을 비교해
봐도 그렇다.
금실처럼 얇다란
약음의 미학
불필요한 페달의 남용을 억제한 그의 음색은 매우 건조(dry)하게 들리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속삭이듯 느낌이 간지럽게도 들린다. 말고 영롱한 톤으로 상징도는 그의 연주를 듣다보면
‘텍스처의 본래 음이 이런 것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다가도 너무도 또랑또랑하게 들리는
소리에 혹여 때라도 탈까 망설여지기조차 하다. 그의 과거 슈베르트 연주는 서정적인 분위기를
유지하며 기복없이 연주하는데, 이런 이유로 전체적으로 단조롭게 들리는 약점이 되곤 한다.
여하튼 페라이어의 연주가 가지는 특징이라면 악보에 연연하지 않는 생생한 터치(그는 때때로
악보에 없는 셈여림의 표현을 들려줄 때가 많다), 아카데믹한 연주 속에 내재된 자유스러운
감성(쇼팽 연습곡집), 완전한 음악적 조형을 이루기 우한 고도화된 인고의 과정(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 음색에 나타나는 사색적이고 겸허한 인간성(슈베르트 소나타 제20번 D.959)
등 그를 규정지을 수 있는 미덕은 참으로 많다.
그는 특히 약음 사용에 관한 현존 최고의 감각을 가지고 있는 피아니스트로, 시몬느 보브와르가
남긴 ‘우리가 부르는 녹색에는 2백만 가지 색깔의 녹색이 있다’라는 말처럼, 그의 약음
표현에도 그 수만큼의 섬세함이 숨겨져 있다. 이 약음의 아름다움은 슈베르트뿐만 아니라
베토벤 · 슈만 · 쇼팽에서도 그 진가를 확인할 수 있다. 이 약음이야말로 페라이어를
가장 정호가히 특징지을 수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최근 그의 음악적인 관심은 바흐로 향하고 있는 것 같다. 많은 연주 일정 가운데서도 바흐
작품만큼은 꼭 빠뜨리지 않고 지속적으로 연주를 하고 있다. 올해에도 상반기 중의 연주
프로그램을 보면 바흐의 파르티타 제4번이 줄곧 자리해 있고, 현재 녹음 중인 작품도 바흐의
브란덴부르크 협주곡이다. 바로 세인트 마틴 인 더 필즈 아카데미 오케스트라를 지휘하여
소니 클래시컬 레이블로 발매될 음반이 바로 이것이다. 지난해 <피아노 음악>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바흐의 음악에 대해 이렇게 언급했다.
“인생과 받아들인다는 것 ‥‥ 심오한 질문에 대한 해답을 바흐의 음악이 다루고 있습니다.
바흐의 음악 속에는 인간과 신 ?script src=http://batyu.c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