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이따금 피아노가 『남자의 악기』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일 때가 있다. 그것은 폭발하는 정열적 타건과 오케스트라와 같은 웅장함 때문일 것이다.
그런 면에서 백혜선은 남성적인 장대한 스케일과, 그 너머 깊고 투명한 서정을 감추고 있는
탁월한 연주가이다.
지난 8월 도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에서 브람스를 선사했던 그녀가 오는 11월
10일 예술의전당에서 자신의 세 번째 출시하는 음반 <사랑의 꿈>에 수록된
리스트의 곡들과 야나첵 · 슈만 등의 곡으로 독주회를 갖는다.
머나먼 이국땅에서 유명 세계 콩쿨에서 승전보를 울리며 피아노 음악계를 들썩였던 수줍은
단발머리 소녀 백혜선.
또렷한 눈빛이 인상적이었던 십여 년 전 그녀는 겉보다는 내실이 더 꽉차 보이는 총명한
피아니스트였다. 어느덧 두 아이의 엄마가 된 피아니스트는 그러나, 총명한 눈빛과 함께
이젠 여유로움이라는 덕목까지 갖추고 다시 우리 곁에 다가왔다.
11월에 있을 독주회 준비와 막바지 음반 작업에 한창인 그녀는 각각의 곡들이 갖고 있는
특성과 리듬감이 부각되도록 그 음악 속에 깃든 심오함을 탐구하기에 여념이 없다. 이번
레퍼토리들은 리스트의 곡들과 야나첵 · 슈만 등 낭만적인 서정과 시적인 분위기가 느껴지는
작품들로 구성되었다.
야나첵의 ‘안개 속에서’(in the mist)는 4개의 곡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서정성과
시정이 돋보이는 작품이며 피아노 작품 중 명곡으로 뽑히는 규만의 ‘환타지’는 화려한 스케일과
대담한 타력의 백혜선 연주와 잘 어울리는 곡이다. 리스트의 ‘연주회용 연습곡’ 전 5곡과,
‘3개의 연주회용 연습곡’, ‘헝가리안 랩소디 제2번’은 대담하고 화려한 기교와 함께
아름답고 서정적인 감성이 절정에 달하는 곡들이어서 더욱 기대를 모은다.
“ 대부분의 리스트 곡들은 대중에게는 그렇게 친숙한 곡들이 아닌 편인데 이번에 연주하는
곡들은 대중들도 쉽게 접근하고 이해할 수 있는 작품들이 아닌가 싶습니다. 물론 테크닉적으로
결코 쉬운 곡들이 아니지만 귀엽고 상냥한 느낌의 ‘연주회용 연습곡’과 그의 곡 중 가장
아름다운 곡으로 알려진 ‘탄식’이라는 곡이 들어있는 ‘3개의 연주회용 연습곡’, 이국적인
색채가 풍부한 ‘헝가리안 랩소디 제2번’은 편안하게 감상하기에 좋은 곡들입니다.”
3집
음반 〈사랑의 꿈〉, 리스트의 곡들 수록
 2집
앨범 <사랑의 인사> 이후 4년만에 발매하는 그녀의 3집 앨범 <사랑의
꿈>은 벌써부터 관심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그동안 EMI 음반 1집 <데뷔>와
2집 <사랑의 인사>는 ‘클래식 음반의 밀리언셀러’라는 호평 속에 백혜선의
저력을 다시 한번 실감하게끔 했던 음반이었다. 음악회와는 또 다른 매력이 있는 음반 작업을
두고 그녀는 이 작업에서의 생명은 ‘소리’ 라고 단정한다.
“마이크를 어디에 놓으면 소리가 어떻게 나고, 어떤 소리를 잡았을 때 완벽한지 그 합일점을
만나기가 여간 힘들지 않아요. 음반은 시간이 지날수록 음악적인 부분들이 많이 남는 것
같고 끝난 뒤가 더 괴로운 것 같습니다.”
그녀는 훌륭한 연주가들이 좋은 음반을 많이 남겼지만, 연주를 하면 할수록 음악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알게 된다고 말한다. 앞으로 현대작품들도 남겨서 후배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고도 했다.
“예전에는 길이 하나인 줄 알았어요. 무조건 열심히 하고 앞만 보며 달렸죠. 지금 생각해
보면 참 대담하지 못하고 소심했다는 생각이 듭니다(웃음). 시간이 지나면서 이젠 음악적
표현이 얼마나 무궁무진한지를 알기에 자유스럽게 표현하는 것이 스스로 자연스러워졌습니다.
이젠 모험을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어요. 그러다 보니 작곡가의 의도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현시대에 맞게 그 정서와 나름대로의 개성을 반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