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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휘자와 피아니스트를 오가는 만능 아티스트 다니엘 바렌보임이 슈만과 차이코프스키의 피아노곡과 만났다. 1992년 뮌헨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의 실황 연주 리바이벌. 강한 개성을 가진 ‘순수음악의 수호자’ 거장 세르주 첼리비다케와 함께 한 음반이라 그 결과물이 무척 궁금하다.
아마 많은 독자들은 뉴스와 해외소식을 통해 바렌보임(59세)의 최근 몇 년 동안의 활동을 알고 있을 것이다. 지휘자로서 브루크너와 베토벤의 교향곡을 음반으로 남겨 대단한 호평을 얻었고, 피아니스트로서 한번 녹음하기도 힘든 모차르트와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집을 남긴 것과, 반주자로서도 바리톤 디트리히 피셔-디스카우, 바이올리니스트 이차크 펄먼과 막심 벤게로프 등과 함께 음반을 남긴 것은 그가 단순한 음악가가 아니라 이 시대의 천재적인 예술가의 한 사람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점들이다.
여기에 근래 들어 유태 민족과 이슬람 민족의 평화, 독일 민족과의 화해에 앞장을 서면서 그의 활동은 외신의 주목을 끌며 톱기사를 장식해 왔다. 하지만 그의 평화 활동이 눈에 띄기 이전에도 이스라엘 국내에서 경원시하던 바그너의 악극을 음반으로 남기기도 했고, 이스라엘 연례 음악 페스티벌에서 베를린 슈타츠카펠레를 이끌고 바그너의 ‘니벨룽의 반지’ 발췌곡을 연주하는 등 음악과 반유대주의와는 무관하다는 의지를 실행시켰다.
♣ 바렌보임의 대표적인 음반들
피아니스트로서 바렌보임이 남긴 음반들은 참으로 폭넓다. 눈에 띄는 몇가지를 골라보면 우선 피아노 독주를 위한 음반으로는 모차르트 소나타 전곡과 베토벤의 소나타 전곡, 멘델스존의 무언가 전곡 등 고전을 비롯한 모든 사조에 그 자취를 남기고 있고, 탱고와 같은 남미 음악에도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실내악과 반주자로서도 전 아내인 자클린느 뒤 프레와 함께 한 베토벤 첼로 소나타 전곡과 브람스 첼로 소나타 제1·2번, 20세기 성악의 역사라 불리는 바리톤 디트리히 피셔-디스카우의 반주를 맡은 볼프의 가곡집 등이 명반으로 꼽힌다.
지휘자로서의 그의 음반도 상당히 수가 많은데, 바그너의 악극을 비롯하여 브루크너와 베토벤 교향곡 전집, 뒤 프레가 협연한 일련의 첼로 협주곡들, 이차크 펄먼과 함께 한 바이올린 협주곡 등 어느 장르의 소홀함 없이 모든 영역을 소화하고 있다. 그야말로 만능 아티스트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구색이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그의 이러한 다양한 활동에 대해 그다지 높은 점수를 주고 있지는 않은 것 같다. 실제로 세계를 무대로 연주 활동을 하고 있는 열성적인 피아니스트 겸 지휘자들-가령 아쉬케나지나 플레트네프 등의 새 음반 소식이 있을 때마다 볼 수 있는 열광적인 반응들이 그에게 당도해서는 다소 기가 꺾이는 듯이 보인다.
하지만 그동안 바렌보임이 심혈을 거듭해 온 많은 음악적인 성과와 평화 활동을 비롯한 여러 긍정적인 요소들로 비추어볼 때, 이제는 그에 대해 정확한 평가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어떻든 그는 현시대 최고의 음악적 자산을 쌓아가고 있는 아티스트 중에서 최일선에 위치한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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